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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매일경제] [다문화이야기]이주노동자로 구성된 축구단, 소속감과 소통기회 늘려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9.02.12 13:37:26
조회수
3603
내용

[다문화이야기]이주노동자로 구성된 축구단, 소속감과 소통기회 늘려


가을이 시작되면 어김없이 떠오르던 표현, 천고마비의 계절이다. 가을엔 천고마비와 더불어 독서의 계절이라는 말도 따라왔고, 먼지 풀풀 나는 운동장에선 운동회의 함성도 터져 나왔다.

그런 계절이 왔고, 우리도 다문화가족들이 모여서 운동회를 했다. 올해로 네 번째다. 세 번째까지는 평범한 체육대회였다. 가족들이 모여 수건 돌리기, 줄넘기, 달리기 같은 게임을 하고 식사를 한 다음 단체 줄다리기를 하고 헤어지는 정도였다. 그런데 올해는 특별한 행사가 하나 더 있었다. 이주노동자들로 구성된 축구단 창단식을 함께 한 것이다.

하남시에는 유독 베트남 출신의 이주노동자와 결혼이주 여성들이 많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베트남 이주 노동자들로 구성된 축구단이 ‘하남 글로벌 FC’라는 이름으로 탄생하였고 체육대회에서 창단 선포식을 가진 것이다.

축구단을 만들게 된 이유는 이주노동자들이 일주일에 한 번 만나서 건전한 스포츠 활동으로 삶의 활력을 얻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이를 위해 이들이 일요일에 사용할 수 있는 관내 학교 운동장을 마련하느라 하남시 축구동호회와 여러 학교로 전화를 걸어 운동장 사용실태를 알아보기도 하였다.

축구단을 만들겠다고 이주노동자들에게 알리고 참여를 원하는 이들과 첫 만남을 갖던 날 나는 깜짝 놀랐다. 첫 모임에 열두어 명 정도만 참여해도 성공일 거라고 생각하며 약속 장소에 나갔더니 거기에 스물다섯 명이 모여 있었던 것이다.

그날 나는 축구단을 정식으로 만들기도 전에, 이들 축구단이 첫 게임을 하기도 전에, 이들 축구단이 11월에 경기도 광주시에서 열릴 예정인 다문화 축구단 경기에서 첫 승을 거두기도 전에 마음속으로 미리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그런 시간은 내가 이런 활동을 하면서 겪게 되는 고난과 어려움을 모두 잊어버리는 순간이다.

체육대회의 풍경은 그림 같았다. 아이들은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가족들은 수양버들이나 단풍나무 그늘 아래 돗자리를 깔고 앉아 체육대회를 감상하기도, 게임에 참여하기도 하였다.

올림픽의 꽃이 마라톤이라면 체육대회의 백미는 단체 줄다리기다. 참가자들이 청과 백 두 팀으로 나눠 3판 2승 경기를 했다. 두 팀 중 한 팀은 이기고 한 팀은 지는 놀이지만, 우리들에게는 지거나 이기는 일이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우린 일 년에 한 번, 시월의 어느 날, 다 같이 모여 일 년 묶은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하는 시간을 소중한 추억으로 남기는 것이다.

글로벌다문화센터가 체육대회를 한다는 것을 주변에 알렸더니 시장님을 비롯하여 지역의 주요 정치인들이 방문해 격려사 및 축사를 하였고 함께 사진을 찍기도 하였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시민단체 활동가들도 도움을 주러 찾아왔다. 이런 잔치 분위기라면 다문화가정의 아이들도 어른들도 낯선 이국의 도시에서 산다는 쓸쓸함 같은 것은 느낄지 않을 것이다. 누군가 아이의 손을 잡고 이렇게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너희들이 하남의 미래구나.’ 이런 차별 없는 마음을 더 많은 사람들이 갖게 되는 것이 나의 소망이다.

내가 운영하는 단체는 비영리단체다. 기업이나 독지가의 후원이 없이는 활동을 하기가 어렵다. 하남 글로벌 FC 역시 00 은행의 후원으로 창단식을 할 수 있었다. 지역에서 결혼이주여성을 돕는 다문화센터를 운영하면서 단체를 후원하는 개인이나 기업의 도움이 없다면 과연 내가 단체를 지금까지 이끌어올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나는 가끔 한다. 아마도 어려웠을 것이다. 나는 더 많은 기업과 독지가들이 사회의 소외된 이웃들에 관심을 가지고 그들을 돕는 일에 더 적극 나서기를 바란다.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이들이 많은 따뜻한 사회에선 행복한 미소나 웃음소리가 바이러스가 되어 물결처럼 사회 곳곳으로 퍼져나갈 것이고, 그러면 가끔씩 우리를 충격에 빠뜨리는 소름 끼치는 사건들도 줄어들 것이라고 믿는다.


윤영미 글로벌다문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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