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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뉴스] 시리즈 ②편. 외국인력 없이는 정말 ‘뿌리산업’ 지탱이 힘든가 [팩트체크K]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3.07.03 09:44:12
조회수
400
내용

[팩트체크K]외국인력 없이는 정말 '뿌리산업'지탱이 힘든가




뿌리산업

 

주조, 금형, 용접, 표면처리 등 기초 공정 기술을 활용해 사업을 영위하는 업종을 뜻합니다. 겉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나무뿌리처럼 모든 제조업의 근간을 형성한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별칭입니다.

 

2021 기준으로 전국 5만 1천여 개사에서 약 72만 명이 일하고 있습니다이는 같은 해 국내 제조업 종사자의 17%를 차지하는 규모입니다정부는 지난 2011 ‘ 뿌리산업 진흥과 첨단화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산업 경쟁력 강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뿌리산업 기업들은 인력난이 심각해 이대로 가다가는 산업을 지탱하기 힘들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동시에 이런 기업들의 주장을 의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기업이 정부 지원을 더 얻어내기 위해 인력 문제를 과장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생산현장을 채운 외국인 노동자들




김포의 한 주물공장.

 

5명의 노동자가 시뻘겋게 달궈진 쇳물을 조심스레 주물 틀에 붓습니다틀에 부어진 쇳물은 여러 단계의 공정을 거쳐 각종 산업·건설 소재와 부품으로 가공됩니다. 한편에선 금속을 다듬고 도색을 하는 등의 작업이 분주하게 진행됩니다.

 

분진이 가득 찬 생산현장을 채운 건 모두 외국인 노동자들입니다.

 

연 매출 100억 원이 넘는 이 회사는 전체 40명의 직원 중 25명이 외국인입니다. 관리·연구·기술 부분은 내국인이 맡고 생산은 외국인이 도맡아 하는 구조입니다. 생산 설비를 100% 가동하기 위해선 10명의 현장 노동자가 더 필요하지만 인력 충원이 안 돼 수년째 빈자리로 남아있습니다. 부족한 일손은 기존 인력이 일을 더 해 메꾸고 있지만 한계가 있어 최근엔 생산량 자체를 줄였습니다.

 

이곳에서 6년 넘게 일한 푸랏 씨는 정부가 허가한 국내 노동 기한을 채워 이번 달(6) 말엔 고향으로 돌아가야 합니다숙련기능인력으로 더 일할 방안을 찾고 있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회사 측은 다시 신규 외국인 노동자를 구해 푸랏 씨의 빈자리를 채워야 합니다일을 더 하고 싶은 푸랏씨나 숙련공 한 명이 아쉬운 회사 모두 불만인 상황입니다20여 년 전만 해도 숙련된 내국인 노동자가 현장을 지켰지만, 꾸준히 감소하면서 이제는 외국인이 없으면 생산 활동 자체가 어려워졌습니다.



내국인 줄고 외국인 늘어나는 뿌리산업

 

내국 인력을 구하기 힘든 상황은 위 업체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뿌리산업 기업 대다수가 만성적 인력 부족 상태에 놓여있는데, 갈수록 내국인은 감소하고 외국인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치인 2021년 기준으로 보면 뿌리산업 전체 인력 부족률은 2.8%입니다부족한 인력의 74.4%가 기능직입니다. 기능직은 실질적인 생산 업무를 담당하는데 생산 현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그럼 뿌리산업에서 일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 비중은 얼마나 될까요?

 

·외국인 종사자 비중을 따져봤더니 9(내국인):1(외국인) 수준으로 내국 인력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인력 부족률로 따지면 내·외국인 비중이 8:2 수준으로 나타납니다. 내국인 종사자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만큼 당연히 부족한 인력도 내국인이 훨씬 많습니다.




이들 비율만 놓고 보면외국인 노동자 없이는 뿌리산업을 유지하기 힘들다는 기업들 주장이 선뜻 납득이 가지는 않습니다. 직원 10명 중 1~2명의 외국인 노동자가 없다고 해서 사업 지속이 안 되는지 의구심이 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뿌리산업의 인력 추이를 뜯어보면 얘기가 좀 달라집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국가뿌리산업진흥센터가 발간하는 '뿌리산업 실태조사 보고서'를 살펴보면 첫 해인 2015년에 1 514명 부족했던 인력이 2021년엔 4천여 명이 더 부족해져 총 1 4,555명이 됐습니다.

 

정부가 2021년에 기존 6개 업종(주조·금형·소성가공·용접·표면처리·열처리)의 뿌리기술 분야를 14개로 확대 지정한 기준에 따르면 2021년 부족한 인력이 2 630명으로 더 많지만, 과거 데이터와 동일한 기준에서 비교하기 위해 기존 6개 업종에 국한해 따로 집계한 결과입니다. 14개로 확대 지정된 기준에 따르더라도 6개 업종이 전체 뿌리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1%에 달합니다.

 

뿌리산업 6개 업종의 2015년과 2021년 수치를 비교하면 내국인 고령화와 외국인 노동자 증가 추세가 두드러집니다.

 

2015 46만여 명이었던 뿌리산업 종사 내국 인력이 2021년에는 2 1천여 명 줄어 43만여 명이 됐습니다이를 연령대별로 보면 40대 이하가 모두 감소한 반면 오히려 50~60대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내국 인력 고령화로 생긴 빈자리의 상당 부분은 외국 인력이 채웠습니다. 특히 30대 이하가 집중적으로 충원됐고 40대 이상은 충원 규모가 상대적으로 훨씬 적었습니다. 이런 추세는 2021년 뿌리산업 기준인 14개 업종으로 넓혀봐도 동일하게 나타납니다.




뿌리산업의 핵심 기술을 책임지는 연구직과 기술직도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이들 직군은 대부분 내국 인력이 맡고 있습니다. , 다른 산업에 비해 중·장년층 비중이 높다는 점도 우려할만한 요소입니다.

 

특히 뿌리기업의 규모가 작을수록 인력 부족 현상이 더 심했습니다. 이는 다른 산업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뿌리산업은 종사자 10인 미만, 매출액 5억 미만의 작은 사업장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그래서 뿌리산업 고용주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합니다. 소규모 인력으로 유지되는 현장일수록 1, 2명의 빈자리는 클 수밖에 없습니다. 결원이 생기면 당장 납기일을 맞추기 위해 남은 사람들이 일을 더 해야 해서 있는 사람마저 이직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습니다.

 

'외국인 노동자 없이는 뿌리산업을 지탱하기 힘들다'는 주장은 획기적인 변화 없이 현 상황이 그대로 지속된다면 머지않아 산업의 명맥이 끊길 수도 있다는 경고와도 같습니다.




뿌리기업 지원 안 하는 이유는 구인-구직자 간 '눈높이 차이'

 

그럼, 내국 인력이 뿌리산업에 지원을 하지않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요? 주지하다시피 뿌리산업 자체가 저임금·장시간 노동 현장이기 때문입니다.

 

2021년 통계를 보면 뿌리산업 전체 월평균 급여는 290 입니다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기능직 역시 290만 원입니다이는 같은 해 우리나라 임금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인 327만원보다 37만 원 적습니다.

 

반면 일은 더 많이 했습니다. 뿌리산업 노동자의 월평균 노동일수는 22, 기능직이 22.3일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는 전체 임금근로자의 월평균 노동일 수(19.8)보다 이틀 이상 더 일한 수준입니다. 한마디로 돈은 더 적게, 일은 더 많이 하는 구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회사의 복지 수준과 미래전망, 작업 환경 등도 지원 여부를 가르는 주요 변수가 됩니다. 외국 인력은 고생스러워도 한정된 기간 동안 최대한 돈을 많이 벌어서 고향으로 돌아가는 게 목적일 수 있지만, 내국 인력은 오랫동안 꾸준히 일할 수 있는 일자리를 선호하기 때문입니다.

 

전반적인 상황이 그렇다 보니 임금과 복지, 근무 여건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뿌리기업들이 상당수 있음에도 여전히 구직자들에겐 뿌리산업 기업들이 '논외의 대상'처럼 인식되고 있습니다. 중소기업중앙회와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청년층과 구직자 사이에선 뿌리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하게 나타났습니다.




반면, 뿌리기업 측 인식은 청년·구직자와 결이 사뭇 달랐습니다.

 

2021년 뿌리산업 인적자원개발위원회가 조사한 <뿌리기업 취업에 대한 인식조사>에 따르면 뿌리기업들은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지식을 갖춘 사람이 부족(42%)" 하다거나 "구직자의 높은 보상 눈높이"(41%)로 인해 인력충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내국인 구직자는 뿌리산업에 대해 딱히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기업들은 뽑을 사람이 없다고 보는 셈입니다. 전형적인 '일자리 미스매치(일자리 수급 불일치)'가 발생하고 있는 것입니다.

 

정부는 그래서 뿌리산업 첨단화를 통한 노동환경 개선과 청년인력 확보를 위한 지원금 정책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부족한 일손 메우는 외국 인력우리 산업 '양날의 검'

 

뿌리산업의 인력난은 결국 산업 전반에 걸친 체질개선이 이뤄져야 하는 문제여서 단시간에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많은 기업이 지금처럼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해야 할 겁니다.

 

외국 인력 증가가 초래할 부작용도 우려됩니다아직까지는 기능직과 단순 노무직에 집중돼 있지만, 연구·기술직까지 외국 인력이 확대될 경우 산업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굳이 연구·기술직까지 거론하지 않더라도 숙련된 노동력이 절실한 제조업 현장에서 점점 외국인 숙련공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무시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기업의 핵심 기술력이 유출되는 수준은 아니라지만, 생산 업무가 주로 외국인으로 채워지다 보니 내국인에 대한 제조기술의 전수가 끊겨 결국 뿌리산업 같은 기초산업이 노동력이 풍부한 나라로 이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 외국 인력이 내국 인력에 비해 더 적게 받고 많이 일하는 현장이 많다 보니 업계의 임금 수준을 전반적으로 낮추는 부작용이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외국인력 유입이 내국인의 임금과 고용에 미치는 영향 분석' 김혜진, 2020 / ' 외국인력 및 이민 유입의 경제적 효과 ' 최경수, 2011 / ' 외국인과 국내 근로자 임금 격차 분석 ' 조동훈. 2010 외 다수)

 

실제로 뿌리산업 내국 인력 전체 평균 임금이 290만 원인 반면, 외국 인력은 261만 원으로 30만 원 정도가 적었습니다. 이런 임금 차이가 내·외국인 직무상 차이와 학력, 연장 근로 여부, 내국인에 비해 짧은 외국 인력의 근속연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지만, 내국 인력으로 빈자리가 채워졌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임금 구조가 형성됐을 거라는 분석입니다.

 

그래서 현행 '고용허가제'가 시대에 맞게 개선돼야 한다는 요구가 많습니다. 고용허가제는 적극적 구인 활동에도 불구하고 내국 인력을 구하지 못한 중소기업이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아 외국 인력을 제한적으로 고용하게 한 제도입니다. 인력이 없다고 고용주가 아무 외국인이나 데려다 쓸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고용허가제 문제에 대해선 후속 기사에서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판정: '대체로 사실'

 

팩트체크K는 그래서 "외국인 노동자 없이는 뿌리산업을 지탱하기 어렵다"는 주장을 '대체로 사실'로 판정합니다.

 

산업 내 인력 구성을 보면 내국인은 줄고 외국인이 늘어나는 추세인데다 젊은 내국 인력이 거의 유입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만큼 외국 인력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지만 지금으로선 이런 상황을 단시간에 바꿀만한 묘책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당장 모든 뿌리산업 기업들이 경영을 못 할 정도라고 말하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업계가 처한 고질적인 어려움이 해소되지 않고 있어 이대로 가다간 사업을 접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입니다. , 정부가 최근 뿌리산업 육성에 대한 여러 가지 정책을 추진하고 있어 향후 어떤 효과를 거둘지 지켜볼 필요도 있어 '대체로 사실'로 판단했습니다.

 

팩트체크K는 검증 명제에 대해 <사실-대체로 사실-절반의 사실-대체로 사실 아님-사실 아님>과 함께 현 시점에서 객관적 판단이 어려운 사안은 <판단유보>로 판정하고 있습니다.

 

한편, 뿌리산업 뿐 아니라 건설업도 외국인 노동자가 없으면 제대로 돌아가기 힘든 구조라는 말이 많습니다. 특히 '건설현장은 이미 외국인 노동자가 장악했다'는 주장까지 나오는데요. 다음 편에선 해당 주장을 검증해보겠습니다.

 

 

출처: KBS뉴스(https:// news.kbs.co.kr/news/view.do?ncd=7691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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