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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NEWS 코리아] 북한: 성공 사례 뒤에 감춰진 진짜 탈북민의 삶…아무도 모르게 죽는 2030 청년들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3.07.21 09:58:24
조회수
300
내용



"보이지 않는 곳에서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답니당^^ 폭풍이 휘몰아쳐도 뿌리가 든든한 나무는 가지가 조금 상할지라도 꿋꿋이 그 폭풍을 견디어 냅니다."

 

북한 음식 두부밥을 남한 사람들 입맛에 맞게 바꿔 창업한 '제시키친'의 김정향 대표가 지난 3월 말 인스타그램 게시글에 남긴 메시지다.

 

그로부터 석 달이 채 지나지 않아 김 씨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향년 32.

 

한국에 친인척이 없어 무연고 사망자로 분류된 김 씨의 장례는 서울시립승화원에서 지난 20일 공영장례 형태로 치러졌다.

 

성공한 탈북 여성 창업가로 언론에 자주 소개됐던 김 씨는 생전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 있고 밝은 모습이었다고 주변 사람들은 기억한다.

 

특유의 추진력을 인정받고 외부 투자까지 유치했던 김 씨는 탈북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에서 종종 '모범 사례'로 언급됐다.

 

그만큼 김 씨의 죽음은 그를 알았던 사람들에게 갑작스럽고 슬픈 소식으로 다가왔다.

 

누구보다도 자본주의 한국 사회에 잘 적응한 것으로 보였던 그가 안타까운 선택을 한 이유가 있을까?

 

고독사하는 탈북 청년들

 

무연고 사망 또는 고독사라고 하면 흔히 노인층을 떠오르기 쉽지만, 실제 탈북민 무연고 사망자 중에는 2, 30대 청년과 4, 50대 중년층이 많다.

 

서울시립승화원 인근 벽제 납골당에는 화장한 무연고 탈북민 사망자들의 유골을 안치해 둔 공간이 있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남북하나재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6년부터 올해 4월까지 33명의 탈북민이 이곳에 봉안됐다.

 

특히 이 가운데 8명은 30대로, 20 3명까지 포함하면 전체 '무연고' 탈북민 사망자의 3분의 1 2, 30대 젊은 청년이었다.



'탈북민 자살, 경제적 이유만으로 볼 수 없어'

 

이러한 수치는 나이가 비교적 젊은 경우에도 남한 정착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적지 않음을 시사한다. 지난 몇 년간 언론에 보도된 탈북민들의 '고독사'에서도 눈에 띄는 공통점이 있다.

 

2019 7월 서울 관악구의 한 임대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된 탈북민 어머니 한 모씨(42)와 아들 김 모군(6). 지난해 10월 서울 양천구의 한 임대 아파트에서 백골 상태로 발견된 전직 탈북민 상담사 김 모씨(49)도 시신을 인수할 친인척이 없었다. 이들은 무연고 사망자로 분류됐고, 통일부 주관으로 서울 승화원에서 화장돼 벽제 납골당에 안치됐다.

 

관련 보도는 주로 이들이 '통장에 잔고가 얼마 없었다'거나 '경제적 어려움이 있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하지만 실제 그들을 알던 사람들은 단순히 '돈이 없어서' 죽음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제시키친 '제시 킴'으로 활동했던 창업가 김 씨 역시 사업 중 어려운 상황을 맞았다. 하지만 회생이 어렵기는 해도 아예 불가능했다거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아예 없었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 주변인들의 설명이다.

 

제시키친에 투자했던 엠와이소셜컴퍼니(MYSC) 김정태 대표는 제시키친의 투자자로서 김 씨의 어려운 상황을 공유하며, 도움을 주고 있었다.

 

그는 "제시 킴 대표가 사업상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 중에도 지난해 말, 투자 생태계의 다양성을 촉진하는 세미나에 연사로 나섰다" "예비 창업가들에게 조언도 할 정도였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2019년 어린 아들과 함께 아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한 씨와 지난해 10월 숨진 전직 탈북민 전문상담사 김 씨 그리고 청년 CEO 김 씨 세 사람은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모두 여성이었으며, 한국 사회에서 주변인들에게 '적극적으로 정착하려는 의지를 가진 사람'으로 기억된다. 하지만 세 사람 모두 사망했을 때 시신을 인수할 친인척, 즉 가족이 없었다.

 

보다 나은 삶을 위해 한국 사회에 정착하려 했던 탈북민들. 이들에게 경제적인 도움보다 더 필요했던 것이 있다. 바로 '자신의 치부에 대해 터놓고 이야기하고 함께 돌파구를 모색할 사람'이라고 북한 연구자들과 탈북민들은 말한다.

 

결국 경제적 어려움보다는 외로움이나 고립감이 '더 큰 어려움'이라는 지적이다.




'성공 사례' 뒤에 감춰진 어려움

 

실제 성공적인 정착 사례로 언론에 자주 등장했던 탈북민들이 어려움을 겪게 되거나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하는 경우, 이들의 사연이 알려지는 경우는 드물다.

 

익명을 요청한 북한 연구자 고 씨는 탈북민에 대한 언론의 보도가 '다층적인 상황을 입체적으로 그리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며 "탈북민 인터뷰에서도 연구자나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이 자신들이 보고 싶은 면만 보고, 철저히 대상화하고 계층적 시선으로 대한다"고 지적했다.

 

고 씨는 '제시키친'의 김정향 대표의 죽음에 대해 생전 김 씨가 "여러 매체에 인터뷰도 많이 하고 정말 열심히 살았는데 그때는 유튜브든 어디든 많이 나왔다. 하지만 (김 씨의) 죽음이 알려지는 것도, 추모하는 것도 충분한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고 느낀다" "내가, 그리고 한국 사회가 보고 싶은 것만 봤구나. 그게 정말 가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지난 2011년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 송이(가명) 씨는 BBC 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전직 탈북민 상담사 김 씨와 청년 CEO 김 씨 모두 '성공 안착 사례,' 혹은 '정착 모범 사례'로 알고 있었다", 상담사 김 씨와는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지만, 알고 지냈던 때가 있었고 굉장히 똑똑한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송이 씨는 두 사람처럼 "소위 '성공' 혹은 '모범' 사례라고 알려진 탈북민들의 경우, 어떤 어려움이 있다거나 경제적으로 빚을 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 못 견디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면서 "그래서 저는 힘들게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보다는 이렇게 성공했다고 하는 이런 사람들이, 어떻게 보면 좀 위험하게 느껴지는 마음도 든다"고 말했다.

 

숭실대 평화통일연구원 권진아 연구원도 이렇게 사회적으로 인정 받은 탈북민들이 "그 이면에서 노력을 그만큼 더 하고 그런 만큼 남들에게 본인의 어려움을 말할 수 없는 면이 같이 있다"고 말한다. 권 연구원은 또 "사실 그런 소위 잘 나가시는 분들이 어느 순간 일이 이전처럼 잘 되지 않으면 도움을 찾기가 사실상 더 어려우실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엠와이소셜컴퍼니 김 대표는 죽은 김 씨가 제시키친을 운영하면서 "공동 창업에 준했던 초기 멤버들과 최종적으로는 팀빌딩이 잘 되지 못했다" "초기 멤버들과 (제시 킴) 대표님이 생각하는 방향이 달라지면서 결국 초기 멤버들은 나가고 대표님과 근로자만 남았던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 대표는 이런 과정이 "일반적인 창업가가 다 겪는 어려움"이라면서도 "북한 이탈주민으로서 사회적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겪는 특수한 어려움이 있는 만큼 공동체 지원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고 말했다.



'속마음 털어놓을 공동체 필요'

 

많은 탈북 여성들은 탈북 과정에서 신체적 고문, 성적 학대를 겪거나 매매혼 이후 임신과 출산 등 어려운 상황을 겪는다.

 

권 연구원은 "북한에서 오셔서 그래도 '잘 나간다'는 것처럼 보이는 분들과 이야기를 해봐도 하나 같이 다 어려움이 있으셨다"면서 "사회적으로 이야기하는 성공과는 좀 거리가 멀고 어려움이 있는 분들의 이야기들을, 사회적인 성공을 하신 것처럼 보이는 분들한테 하면 그분들(후자)이 그 어려움이 뭔지를 너무 잘 아시는데, 그 말인즉슨 뒤집어 보면 그분들도 사실은 어려운 시간을 다 겪는 것"이라고 말했다.

 

권 연구원은 또 많은 탈북 여성들이 트라우마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있다며, "탈북 과정에서, 중국에서 겪는 그런 부분들이 너무 큰 상처로 남아서 가족한테도, 엄마한테도 말을 못 한다고 이야기하시는 분들도 많다"고 말했다.

 

연구자들은 탈북 여성들이 탈북 과정에서 겪은 트라우마와 북한에 가족을 두고 왔다는 죄책감은 괜찮아졌다가도 남한 정착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으면 감정이 다시 올라오기도 한다고 설명한다.

 

송이 씨는 "주변 탈북민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한국에 정착한 지 5년이 안 된 사람들보다는 5년 이상 지났을 때 희망적인 생각을 잃는 경우가 더 많다"고 말한다.

 

그는 "각 사람마다 성향이 다르기는 하다"면서도 "가족과 함께 오지 못해 혼자인 경우가 많은 탈북민의 특성상 가족이라는 공동체에서 사회 구성원으로 역할을 못 하는 것도 외로움이나 고립감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남북 통일재단의 2022년 북한 이탈주민 정착실태조사 및 사회통합조사에 따르면, 탈북민의 남한생활 만족도는 2015 63%에서 꾸준히 증가해 2022년에는 77.4%를 기록했다.

 

하지만 만족하지 못한다고 대답한 탈북민 중에서는 불만족 사유로 '가족과 떨어짐'(29.1%)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다른 사유로는 '치열한 경쟁'(20.2%), '남한 사회의 차별과 편견'(17.1%) 등을 꼽았다.

 

탈북민들은 그들 중 붕괴된 가정과 한국 사회 내 무연고의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아 실질적으로 어려움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멘토'의 존재가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말한다.

 

요벨 커피 박요셉 대표는 탈북 CEO로 카페를 운영하며 탈북민들의 한국 사회 적응을 돕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박 대표는 자신처럼 탈북민 출신 청년 CEO였던 김 씨의 죽음에 대해 "사업이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회복 불가능이었다고 보이지 않는다"면서 "다른 옵션들이 있다든지 다른 방안에 대한 코멘트, 그런 진정성 있는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들어줄 공동체가 없었던 것이 가장 큰 문제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출처: BBC NEWS 코리아(https://www.bbc.com/korean/features-66063021?xtor=AL-73-%5Bpartner%5D-%5Bnaver%5D-%5Bheadline%5D-%5Bkorean%5D-%5Bbizdev%5D-%5Bisapi%5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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