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최한결 기자
매일일보 = 최한결 기자 | "AI 디지털, 아날로그 교과서를 떠나 핵심은 교과서가 어떤 역할을 하느냐가 중요하다. 과거 교과서가 지식만을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면 미래의 교과서는 다문화 학생들에게 맞춤형으로 지원해줄 수 있어야 한다."
최근 교육 전문가와의 인터뷰에서 맞춤형 교과서의 역할에 대한 새로운 방향이 제시됐다. 이는 기자가 지난 8월 말 ‘AI 디지털 교과서’ 관련 전문가에게 취재한 내용이다.
기자 역시 일반 학생 위주의 기존 교과서에서 다문화 학생들을 위한 맞춤형 교과서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기에 전문가의 답변은 동질감을 느꼈다. 최근 국제결혼과 외국인구 급증으로 다문화 학생 인구도 증가하고 있지만 정부의 다문화 학생을 위한 맞춤형 교육은 아직 미비한 상태다.
정부는 오는 2025년 3월까지 AI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할 예정이지만 이에 대한 찬반양론이 거세다. 일각에서는 교육격차 해소를 위해 수준별 맞춤교육을 제시한다고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효과성 검증이 부족하고 어린 학생들이 디지털 기기에 장기간 노출되는 것이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교사와의 소통 부재로 기존 아날로그 교과서를 고수하자는 주장도 있다. 한 전문가는 '교과서는 단순히 교본이 아닌 교사와 학생들의 소통 매개체’이기 때문에 교사가 직간접적으로 개입할 수 없는 디지털 교과서의 한계를 아날로그 교과서가 해결해 줄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다문화 학생들을 위한 맞춤형 교과서가 필요하다는 전문가도 있었다. 실제로 교육부가 조사한 2024년 교육 기본 통계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유·초·중·고교생 568만4745명 중 다문화 학생은 19만3814명으로 3.4%를 차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는 이들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거의 없다. 정부의 디지털 교과서 관련 맞춤형 교과서는 단순히 교육격차가 나는 학생들을 위한 것에 불과하다. 이는 해외 선진국 사례와 비교된다. 전문가에 따르면 스웨덴은 다문화 학생들이 모국어와 스웨덴어를 동시에 학습할 수 있는 이중 언어 교과서를 제공한다. 미국의 경우 이주민이 많은 특수성 때문에 일부 주에 국한해 다문화 맞춤형 교과서가 채택돼 있다.
전문가 취재 내용에 따르면 구로구만 해도 다문화 학생들이 한 반에 50% 이상을 차지하는 곳이 많다는 것이다. 문제는 대학에서도 다문화 학생들을 위한 교과서가 없을 뿐 아니라 이에 대한 교육정책도 부족하다는 점이다. 다문화 학생들이 겪는 문제는 언어 장벽으로 인해 학교생활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차별을 받는 것이다. 이들의 적응을 위해서는 정부에서 관심을 가져야하고 보다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
기자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맞춤형 교과서의 도입이 늦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정부가 AI 디지털 교과서를 꼭 도입해야 한다면 단순한 교육격차가 나는 학생들을 위한 맞춤형 교과서가 아니라 연구자료를 더 확보해 다문화 학생들을 위한 맞춤형 교과서 제도도 마련돼야 한다.
가장 쉬운 방법은 해외 사례처럼 다문화 학생들의 모국어로 맞춤형 교과서를 제작하는 것이다. 미국에서 온 학생은 영어로 러시아에서 온 학생은 러시아어로 교과서를 제작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한국에 정착할 수 있도록 그들의 언어에 한국어를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러한 연구도 다문화 학생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교과서의 본질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다. 현재 논쟁 중인 AI 디지털 교과서나 아날로그 교과서가 해법은 더 더욱 아니다. 정부는 교과서의 본질을 파악해 일반 학생과 다문화 학생 모두가 같은 출발선에서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는 교과서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
출처 : 매일일보(http://www.m-i.kr)